숙소가 코 앞인데... 길에서 트렁크 열고 기다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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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코 앞인데... 길에서 트렁크 열고 기다린 일

여행매거진 0 300 0 0
엄마는 스페인에 대해 이야기 해주곤 했지.
마치 그곳이 그녀의 고향이라는 듯이.
안달루시아 산 속의 도적들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어.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지.
난 파리를 내 나라로 삼았어.
그리고 바다를 상상할 때면, 
그 바다는 안달루시아 산을 향해
이곳으로부터 멀리 나를 데려간다네.
 - <보헤미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

빅토르 위고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노래다. 집시인 에스메랄다의 어머니는 그라나다와 세비야가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부터 피레네 산맥을 지나 파리까지 북쪽으로 올라갔다.

이는 우주와 나의 이후 경로와 같다. 우주도 이 노래를 좋아했다. 여행의 지역마다 개인적으로, 혹은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노래들은 그 여행의 주제곡처럼 남는다. 이 노래는 우리 여행의 주제곡 중 하나였다.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할 사람들은 입장 시간을 꼭 지키는 것이 좋다. 알함브라 궁전의 핵심이라고 주로 불리는 '나스리 궁'만큼은 예약 시 기제된 입장 시간을 지키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궁전을 방문하던 날 나와 우주의 첫 딜레마가 되었다.

조식을 짧게 마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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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온 힘을 소진했던 나는 이날 아침 두드려 맞은 느낌으로 깼다. 곤히 자는 우주를 깨워 일으키기가 미안했지만,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려면 깨워야 했다. 이곳은 또 조식까지 있는 숙소가 아니었던가.

오래 머물고 싶은 쾌적한 숙소였지만 허둥지둥 씻고 짐을 싸서 카운터에 맡기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미 입장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었다. 어른의 계산으로는, 10분 동안 먹고 5분 동안 달려가서 입장하면 되는 일정이다. 

하지만 우주는 오랜만에 만난, 입맛에 맞는 쾌적한 아침 식사를 천천히 즐기고 싶어 했다.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더 끌면 입장 시간을 놓칠텐데 어쩌나.

이 상황을 빠르게 우주에게 설명했지만 우주는 아직 잠도 덜 깨서 여유롭게 오물오물 천천히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애가 탔다. 아이를 들쳐 안고 그냥 나가버릴까. 그런데 내가 우주라면 그런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나는 나스리 궁의 존재를 예매 전까지 알지 못했다. 우주는 지금 나로부터 들었다. 그 궁을 위해 이 편안하고 나른한 하루의 행복한 시작을 끊는 것이 맞을까. 어른끼리의 여행이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의 여행이라면, 이 편안함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누가 아는가. 좀 늦더라도 입장시켜 줄지.

조바심을 내려놓자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우린 조식을 충분히 즐겼다. 그동안 마트에서 산 씨리얼과 우유를 조금 타 먹는 것으로 아침을 대신했던 우리에겐 풍요로운 만찬이었다. 그래봐야 빵과 계란과 샐러드 류의 유럽식 간단한 아침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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