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귀' 속 귀신 불러들인 장승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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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귀' 속 귀신 불러들인 장승의 실체

sk연예기자 0 462 0 0
사극 속의 여행자들은 산천의 형세를 보거나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면서 목적지를 찾아간다. 태양이나 별의 위치를 보면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있지만 흔하지는 않다. 이에 비해, 도로 표지를 확인하는 여행자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 장면은 사극과 친숙하지 않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옛날 사람들도 도로 표지판에 꽤나 신경을 썼다. '한국형 도로 표지판'이라고 불릴 만한 것도 개발했을 정도다. 지난 7일 방영된 SBS 드라마 <악귀> 제5회에 나온 장승도 그런 역할을 했다. 마을 입구의 장승도 표지판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악귀>에 등장하는 '노표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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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제5회가 5분을 넘었을 때,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 분)이 귀신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장승의 신비한 기능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염해상이 이렇게 말했다.
 
"장승은 그 마을의 수호신 역할만 한 게 아니에요.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있었죠. 마을의 동서남북 방위에 위치해 있는 장승은 당시 나그네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줬습니다. 그뿐 아니에요. 주요 목적지까지 거리를 표기한 노표 장승은 현재의 표지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장승은 현재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했던 겁니다."
 
장승이 도로표지판으로 부각된 것은 임진왜란 100년 이전의 어느 시점이었다. 염해상의 대사에 언급된 '노표 장승'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노표(路標) 장승 고찰'이란 논문에 따르면, 1592년에 일본군이 침략하기 1세기 이전에 장승의 그런 기능이 두드러졌다.
 
한국민속학회가 1980년 8월에 발행한 <한국민속학>에 실린 김두하 민학동지회장의 위 논문은 "15세기 후반에는 이미 리수(里數)를 적은 노표가 노방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장생(長栍)으로 표기됐다며 "이 노표는 상부에 장승의 면상을 조각"했다고 설명한다.
 
논문에 제시된 참고문헌 중 하나는 유학자 성현의 <용재총화>다. 이 책 제5권에 나오는 "김해에서 밀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말고삐를 나란히 하여 이야기하다가, 장승을 보면 반드시 하인한테 거리의 원근을 자세히 보게 하고"라는 대목이 근거 중 하나다. 장승에 지명과 거리가 표기돼 있었기 때문에 노비에게 장승을 보고 오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현대 한국인들은 노비 같은 서민층은 글자를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관청 민원실에서 서류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관노비였다. 그리고 한문은 모르더라도, 한자로 표기된 이두문자를 이해하는 서민층은 많았다. 민간의 계약서는 한문이 아닌 이두로 표기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선비들이나 지주층뿐 아니라 상당수 서민들도 장승에 적힌 지명과 거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식자율이 어느 정도 확보됐기에 장승을 도로 표지로 활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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