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묵상하며 걸기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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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묵상하며 걸기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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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누워 뒹굴기 좋은 휴일 오후, 파란 하늘에 이글거리는 볕이 나를 일어나게 했다. 지난 11일 주섬주섬 편안한 옷차림에 물 한 병만 챙겨 나섰다. 

산수(山水)를 즐겨찾았던 퇴계 이황 선생이 떠올랐다. 그렇게 갑자기 나서게 된 길이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죽계구곡길이다. 소백산 국망봉에서 초암으로 흐르는 물이 소수서원 취한대로 이어지는데 그 냇물이 죽계천이다.

죽계구곡 옛길은 자연경관만 빼어난 곳이 아니라 옛 선현들의 발자취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생태,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아홉구비다. 배점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었다. 출발전 구곡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퇴계 이황이 계곡의 절경과 물흐르는 소리에 감탄하며 계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구곡의 이름을 살펴보면 1곡 금당반석(金堂盤石)을 시작으로 2곡 청운대(靑雲臺), 3곡 척수대(滌愁臺), 4곡 용추비폭(龍湫飛瀑), 5곡 청련동애(靑蓮東崖), 6곡 목욕담(沐浴潭), 7곡 탁영담(濯纓潭), 8곡 관란대(觀瀾臺), 9곡 이화동(梨花洞)이다. 

계곡마다 담고 있는 이름이 자연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까하는 궁금증이 안내도를 보는 둥 마는 둥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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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순의 대장간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배순(1534년생) 선생은 농기구를 만든 대장장이다. 지금이야 장인 또는 명장 칭호까지 받았겠지만 당시에는 천한 신분의 소유자였다. 소수서원을 지을 때는 철물을 납품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는 퇴계 선생이 소수서원에서 강의할 때 강학당 밖에서 몰래 공부했는데, 그의 정성을 높이 평가한 퇴계 선생이 제자로 맞았다. 퇴계의 제자 309명을 수록한 '급문제현록'에 배순의 이름이 올라있다.

퇴계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3년 동안 상복을 입었다. 선조 임금 승하 때도 상복을 입고 국망봉에 올라 도성을 향해 곡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성리학의 핵심인 경(敬)사상을 실천한 참된 학자요, 충과 효의 모범을 보인 인물이었다.

그가 대장간을 운영했다고 해서 동네 이름이 배점마을이다. 단곡 곽진은 배순정려비문에 "참된 충과 참된 효는 오직 배순뿐이다(純忠純孝惟純耳)"고 썼다. 영주의 문인이자 사회운동가인 권서각 선생은 그의 산문집 이름을 '대장장이 성자(어느 변방 시인의 기억 창고)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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