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 다시 떠오른 '블랙리스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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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다시 떠오른 '블랙리스트 공포'

sk연예기자 0 125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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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이었나. 몇몇 영화계 지인들로부터 왜 블랙리스트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실제 고통 받은 피해자들을 놔두고 딱히 신고까지 할 일이었나 의구심이 들긴 했다. 맞다. 수년 전 개인적으로 연루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떠올리면 개운치가 않고 씁쓸한 감정이 가시질 않는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해 논란에 휩싸인 영화진흥위원회 전 사무국장이 되레 고소를 해왔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내 몇몇 칼럼이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봉준호 감독과 일부 영화인단체 대표 등이 고소 당한 바로 그 사건이었다.
 
뜬금없이, 마포 경찰서에 가서 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몇 개 칼럼에서 단순히 이름 언급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 앞에서 헛웃음만 나왔다. 칼럼 주제가 고소인도 아니었을뿐더러 딱히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황당하고 짜증나는 순간들로 기억한다. 그 당시 모든 상황이 그랬다. 기사 자체도 혐의와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 부역자로 언급된 이가 봉 감독님을 비롯해 블랙리스트 반대에 나선 영화인들을 고소하는 것도 모자라 관련 기사를 작성한 몇몇 기자들을 특정해 엮은 것도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던 탓이다. 반년인가 1년 쯤 흘렀을까. 당연하게도, 무혐의 처분이 났다.
 
벌써 6년여가 지났다. 함께 고소 당한 영화계 선배들과 웃으며 후일담을 나눌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쾌한 감정만은 또렷하다. 어찌보면 큰 피해를 입었다기보다 광범위하게 파생된 블랙리스트의 실상을 일정 정도 당사자로서 경험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반면 실제 더 크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씻기 어려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 검열과 블랙리스트란 유령이 다시금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수많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비분강개가 들려오는 듯하다.
 
인천시의 웃지 못 할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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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극명히 갈렸다. 누구의 판단은 상영불가, 또 다른 이가 판단하면 문제없음. 명백한 이중 잣대다. 판단의 대상은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다큐 <두 사람>이었고, 판단의 주체는 인천시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해당 다큐를 두고 최근 논란이 일었다. 이게 간단치가 않아 보인다.
 
<인천일보> 등 지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인천시는 19회 인천여성영화제에서 <두 사람>에 대해 상영 제한을 요구했다. 해당 영화제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인천시 보조금 사업에 선정돼 진행 중이었다. 이 같은 시의 요구를 두고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사전검열갑질과 차별행정"이라 규정하며 극렬 반발했고, 각계 시민단체도 기자회견을 통해 뜻을 같이 했다.
 
이러한 인천시의 영화제 개입 행태는 퇴행적인 성소수자 혐오 논란이라 지탄받을 만하다. 문제는 인천시의 개입이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열린 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두 차례 상영됐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영상위원회가 주관한다.
 
두 영화제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천여성영화제는 시의 보조금을 받아 민간인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운영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시장이 이사장을 맡는 인천영상위원회가 개최한다. 이를 두고 인천여성영화제와 관련 시민단체 측은 "(인천시) 여성정책과는 추진 방향 논의 때부터 상영작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더니 결국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인천시 주최의 앞선 행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작품을 인천시 보조금지원사업인 인천여성영화제에서는 문제 삼아 이를 제외시킨다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을 상실한 공무원 개인의 일탈행위인 것이다.
 
이는 행정의 신뢰를 가장 앞장서 세워야 할 고위공무원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려 인천시에 해당 행위를 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유정복 시장은 행정의 원칙과 질서를 훼손한 여성정책과장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묻고 징계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가 논란과 비판을 자처한 이러한 웃지 못 할 검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비단 공무원 개인의 일탈행위일까. 아니면 윤석열 정권 1년을 넘기며 만연한 검열의 작동과 블랙리스트의 도래를 우려해야 하는 걸까.
 
쌓이는 검열, 윤석열 블랙리스트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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