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본질과 그 체제에 순응하는 지식인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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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본질과 그 체제에 순응하는 지식인을 고발하다

sk연예기자 0 128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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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의 기성세대를 거부하는 '정치영화'의 탄생
 
1959년, 유태인으로 무솔리니 파시즘 정권시절에 탄압을 받았던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이후 본인의 대표작이 될 장편소설을 출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릴 적 발견한 자신의 특이성을 애써 부정하면서 사회적인 주류로 정상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하지만 그가 쫓는 정상성은 기껏해야 당시 이탈리아를 장악했던 파시즘 체제에 순응하는 것뿐이었다. 그런 주인공의 일생을 담은 소설은 큰 화제를 불러왔고, 이탈리아의 독특한 '참여문학' 효시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11년 후인 1970년, (미래의 명감독이 될) 갓 29살 청년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각색을 거쳐 <순응자>로 영화화하기에 이른다.
 
동 시기에 유럽의 미래 거장이 될 운명을 지닌 다수의 감독들이 다양한 형태로 체제에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일련의 작품군은 단순히 목적의식이 앞서는 선전선동 목적 '프로파간다'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작가의 미학적 시도와 어우러져 예술성을 겸비한 '정치영화'들이 속속 화두를 던지며 퍼져나갔다. 왜 이런 난이도 높은 도전에 다들 뛰어든 것일까? 이들이 체험한 유ㆍ청소년 시절의 경험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기성세대와 그들이 주도한 사회체제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기성세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끔찍한 범죄와 전쟁을 막지 못했냐는 질문이다. '아버지'들의 답변은 옹색할 수밖에 없었다. 질문은 점점 심화되기 시작한다. 아돌프 히틀러나 베니토 무솔리니, 프란시스코 프랑코 같은 악명 높은 독재자 홀로 파시즘(혹은 유사 파시즘)을 구현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아버지'가 그런 반인륜적 범죄에 가담했거나 방조했다는 역사의 진실을 깨닫게 된 반항아들은 급기야 가부장과 기성세대의 권위를 부정하려는 단절을 결심한다. 그런 전복적 과정을 통해 저주의 사슬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특히 전범국가가 된 독일과 이탈리아는 애초부터 극심한 문화투쟁의 한복판 격전장이 될 운명이었다. '68혁명'으로 상징되는 격동기는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는 전후 청년세대의 살부殺父 의식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베르톨루치 또한 아버지-주류사회-이탈리아 국가라는 권위에 대해 자신의 영화를 통해 예술가로서 평가와 발언에 나선다.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본인이 경험한 시대상을 해석하고 개입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순응자>로 사자후를 터뜨린 셈이다. 같은 해에 선보인 <거미의 계략>과 1976년 완성한 대작 < 1900년 >까지 감독은 자신이 물려받은 이탈리아 현대사에 대한 도전적인 평가와 해석에 도전한다. 그 출발점인 <순응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순응자'의 갈지자 행보와 그 배경을 정교하게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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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은 주인공 마르첼로가 13살-34살-40살 전후에 겪는 사건을 연대기 형태로 풀어낸다. 그런 시간 흐름에 따른 세분화된 서술을 통해 독자는 주인공이 어떻게 '순응주의자'로 완성되는지 곁에서 지켜보듯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분량 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4살 시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주인공의 13살 청소년기는 수시로 삽입되는 회상 형식으로, 40대가 된 후반부는 에필로그에 가깝게 축약된 형태로 공개된다.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은 한글번역본 460여 쪽 훌쩍 넘어가는 원작을 충분히 잘 압축해 놓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정서적 결핍과 그가 겪었던 충격적 사건 이후 후유증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13살 전후 상황들이 아쉽게도 많이 빠졌다. 그리고 결말부도 영화적 각색이 일부 이뤄졌기에 원작과는 일부 상이한 변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34살의 중산층 지식계급 청년 마르첼로는 무솔리니가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이탈리아에서 특별한 주의나 주장 없이 그저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한다.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지만 그에게 정치이념이나 사상은 별 의미가 없다. 오직 시류를 쫓아 제 발로 자진해서 파시스트가 된 그는 맡은 임무를 잘 해내 그 보상으로 당당한 체제의 일원 겸 상류층 지위를 보장받으려 한다. 그런 마르첼로는 아름답고 젊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무관심한 줄리아와 곧 결혼을 앞둔 상태다. 줄리아 역시 제법 부유한 집안을 배경으로 갖고 있다. 마르첼로는 예비아내와 만나면서 이것저것 결혼 준비에 바쁘다. 그런 그에게 상부가 내린 첫 번째 임무는 공교롭게도 자신의 대학시절 은사에 관련된 건이다.
 
주인공의 대학졸업논문을 지도했던 콰드리 교수는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후 다른 망명 지식인들과 함께 반反파시즘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파시스트 정부 정보기관의 수장은 그런 교수를 눈에 띄지 않게 제거하라고 지시한다. 마르첼로는 맡겨진 임무 수행을 위해서 줄리아와 함께 명목상 신혼여행을 파리로 출발한다. 그런 주인공을 보호 겸 감시하기 위해 비밀요원 망가니엘로가 밀착 수행을 시작한다. 줄리아는 파리 유람에 신나하면서도 남편이 될 마르첼로에게 순수하게 과거를 전부 고백한다. 그저 예쁘고 어린 부잣집 규수로만 줄리아를 대하던 그는 조금씩 줄리아를 달리 보게 된다. 파리에 도착한 마르첼로는 어렵지 않게 콰드리 교수와 약속을 잡지만 방문한 교수의 거처해서 나이차가 많이 나는 교수의 아내 안나와 만난다. 교수는 친절히 옛 제자를 맞이하면서도 몇 년 만에 갑자기 연락해온 그의 동태와 본심을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다.
 
영화는 이 시점부터 첩보 스릴러의 얼개로 치밀한 심리전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콰드리 교수는 화전양면으로 마르첼로가 찾아온 목적을 캐면서도 시험과 설득을 병행한다.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은사 때문에 마르첼로는 달리 원한도 없는데 암살을 실행에 옮겨야 되는지 주저하게 된다. 그런 번뇌가 꼭 교수 때문만은 아니다. 교수의 아내 안나는 줄리아와는 상반되는 매력으로 마르첼로를 사로잡는다. 남편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안나는 마르첼로의 의도를 간파하고 필사적으로 만류하려 한다. 그런 숨 막히는 긴장 가운데 두 사람은 기묘한 교감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형식적 구성과 실체적 진행이 기묘하게 엇갈리게 된다.
 
그렇게 스파이 스릴러라기보다는 고도의 치정 심리극에 가까운 묘사가 이어지면서 4명의 남녀(마르첼로+콰드리+줄리아+안나)는 마치 '사지선다' 경우의 수 조합처럼 복잡 미묘한 상황에 놓인다. 감시자는 마르첼로의 우유부단함을 간파하고 그에게 채찍과 당근을 내밀며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이들에게 예정된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파시즘의 마력과 전쟁의 징후를 재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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