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갈등 풍자화 '슬픔의 삼각형'의 도발적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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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갈등 풍자화 '슬픔의 삼각형'의 도발적인 질문

sk연예기자 0 70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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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황금종려상 2회 수상 거장의 신작, <기생충>과 통하다
 
알프 셰베리(스웨덴, 1946/1951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미국, 1974/1979년), 빌 아우구스트(덴마크, 1988/1992년), 에밀 쿠스트리차(유고슬라비아, 1985/1995년), 이마무라 쇼헤이(일본, 1983/1997년), 다르덴 형제(벨기에, 1999/2005년), 미카엘 하네케(오스트리아, 2009/2012년), 켄 로치(영국, 2006/2016년), 루벤 외스틀룬드(스웨덴, 2017/2022년).
 
세계 최고 영화제로 공인되는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감독들의 이름이다. 76회째에 이른 해당 영화제에서 단 9명만이 복수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1회만으로도 세계 영화역사에 족적을 새기게 되는 황금종려상 2회라는 명예는 학계로 치자면 노벨상 복수 수상이라 할 만하다.

그중 21세기 들어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이가 스웨덴의 1974년생 남성감독 루베 외스틀룬드이다. 감독은 2014년 영화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으로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고, 2017년 <더 스퀘어>로 첫 황금종려상을, 2022년 <슬픔의 삼각형>으로 5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들어올렸다. 21세기 들어 2회 수상을 기록한 다른 감독이 미카엘 하네케(1942년생), 켄 로치(1936년생)라는 당대 노장들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 영화제의 패왕 칸이 공인한 21세기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하지만 국내에선 해외 작가주의 영화와 주요 국제영화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아니라면 비교적 낯선 이름이다. 그의 전작들 또한 일정한 지명도를 가지긴 했어도 동 시대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에 비하면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고 국내 영화인들에게 언급되는 경우도 적다. 칸 영화제에서 속된 말로 '밀어주는' 아이콘인 걸 감안하면 뜻밖의 상황인 셈이다. 칸 영화제 수상경력이 국내 흥행과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이후로 국내에서 해당 영화제와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대한 관심도가 대폭 높아진 상황에서 이례적인 경우이긴 하다.

아무래도 영화가 지닌 '유럽'적 코드가 진하기도 하고,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감독의 작품세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 감독의 영화를 접하고 나면,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영화가 제공하는 사회문제와 블랙유머의 쾌감을 누릴 수 있다는 평이 적잖다. 게다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과 겹쳐 보이는 지점이 흥미를 더한다.
 
2019년 황금종려상 주인공 <기생충>은 반지하와 전망 좋은 저택 사이 수직-하강 구조로 계급구도가 고착된 현대사회의 보편적 면모를 지극히 간결한 구조로 풀어냈다. 3년 후 황금 종려상을 물려받게 된 <슬픔의 삼각형>은 현대사회의 계급갈등을 우화적 압축을 통해 풀어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되, 좀 더 큰 규모의 만화경처럼 풀어내는 데 도전한다. <기생충>과 비교해 본다면 유사점이 많은 이야기 구성이지만, 현대사회 비판에서 익숙한 장치와 설정들을 조합해 활용하는 편인지라 참신함은 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확장된 규모와 전개 덕분에 보다 장대한 규모의 풍자극으로 쉴 틈 없이 볼거리를 제공하며 몰아치는 맛이 있다. 봉준호가 풍자 속 슬픔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루벤 외스틀룬드는 풍자를 통해 1세계라 불리는 서구 사회의 위선을 지독한 냉소로 응시하려 시도한다. 그런 태도의 차이가 두 작품이 서로 많은 요소를 공유함에도 꽤 차이 나는 뒷맛을 느낄 수 있도록 구분해 준다. 대체 <슬픔의 삼각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이쯤 되면 궁금한 이들이 슬슬 생길 법하다.
 
감독의 확고한 통제 하에 쏟아지는 이야기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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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부로 나눠지는 단막극의 형태를 취한다.
 
# 1부 <칼 & 야야>, 장대한 서사의 애피타이저
 
1부는 유일하게 전체 줄거리에 등장하는 젊은 모델 겸 인플루언서 커플, '칼'과 '야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눈에 들어오는 오디션 대기 장소에는 웃통을 벗고 성적 매력을 뿜어내는 수십 명의 남성 패션모델들이 있다. 리포터는 그들과 유쾌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 포즈를 주문한다. 눈에 들어 선발될 기회를 노리는 그들은 리포터가 희롱하듯 주문하는 특정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제꺽제꺽 표정과 자세를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도도' 족과 '만만' 족으로 구분되는 패션브랜드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실감나게 전달된다. 도도 족, 즉 성공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고가 브랜드 착장을 상정하면 모델 지망생들은 즉시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포즈에 서로 밀어내듯 거리를 둔다. 하지만 대중적이고 친근한 중저가 브랜드를 주문하면 순식간에 그들은 화목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활짝 웃는다. 도도 족의 상징으로 발렌시아가 브랜드가, 만만 족의 표상으로는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이 언급된다. 각 브랜드의 특성과 지향이 한눈에 들어오는 교재 같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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