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그 뒤, 말레이시아서 배운 외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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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그 뒤, 말레이시아서 배운 외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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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권유로 방문한 말레이시아. 자정이 훨씬 지나 호텔에 도착한 탓에 다음날엔 늦잠을 잤다. 비 오는 아침, 말레이시아 택시 어플인 '그랩'을 통해 차를 타고 메르데카 광장으로 향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랩 기사는 이동하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차 안에서는 영어로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와 앞 뒤 좌석 사이의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제법 막히는 도로 위에서 밖을 내다보다 영어 가사 사이 한국어가 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듣는 노래다.

"저 노래는 뭐지? 우리말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나?"

자신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친구를 둔 탓에 할 수 없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함께 끌려와 버린 동행(관련 기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구분을 못해서 벌어진 일). 그가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담담하게 말했다. 

"피프티 피프티."

영어와 한국어가 50대 50으로 섞여 있다는 소리인가? 내가 대꾸를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동행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피프티 피프티. 요즘 잘 나가는 케이팝 그룹인데 몰라? 이거 큐피드란 노래잖아. 좀 세상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

나도 모르게 입술이 반쯤 튀어나왔다. 뭔가 억울하다. 내 표정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쓰던 동행은 창 밖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저건 누군지 알아?"

차는 거대한 건물들이 늘어선 부킷 빈땅 거리를 걷듯이 움직이고 있었고, 동행의 손 끝이 가리키는 쇼핑몰 입구에는 내 눈에도 익숙한 여성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알아. 블랙핑크. 저건 리사."

"(리사 아니고) 지수. 바보야, 어디 가서 한국사람이라고 하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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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넓은 광장 앞에 멈췄다. 비 때문에 말레이시아 국기가 휘날려야 할 거대한 깃대는 비어 있었다. '메르데카 광장'이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어로 '자유' 또는 '독립'을 의미한다. 독립 전, 이 광장은 영국 군대와 정부에 소속된 인사들이 사용하는 크리켓 경기장이었다고 한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이 서 있는 잔디 위에서, 크리켓 경기가 열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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