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 압권, 한국 성악진 훌륭, 근데 왜 찌르는데?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단장 최상호)의 <일 트로바토레>가 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폐막작품으로 공연되었다. 마지막 3막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전설의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들이자 거장 연출가 잔 카를로 모나코가 연출과 무대, 의상을 다한 <일 트로바토레> 3막 감옥장면은 가로세로 3칸씩의 쇠창살 무대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오페라를 본 사람이라면 관람의 가치를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만약 이 장면이 보통처럼 동굴감옥이거나 요즘 현대오페라처럼 쇠창살 문양의 사람 몸 한 오브제였으면 극의 느낌과 흐름은 아예 달라졌을 것이다. 그 9칸짜리 감옥, 주역가수들의 얼굴표정까지 안 보일 정도로 처참함을 극대화한 감옥 장면에다가 마지막에는 "그는 네 동생이다"라고 아주체나(메조소프라노 김지희)가 말하자 자신의 사랑 레오노라(소프라노 서선영)도 죽고, 연적이었던 만리코(테너 국윤종)가 동생이었다는 사실에 싸이코 기질이 터져 나온 만리코 백작(바리톤 이동환)은 아주체나를 칼로 수차례 찌르며 공연은 끝이 난다.
기분이 얼얼하다. 꼭 마지막에 그렇게 찔러야만 했는지? 커튼콜 때 델 모나코 감독은 이태리 제작진과 한국 성악진과 함께 손을 부여잡고 무대를 떠날 줄을 몰랐다. 여러번 앞으로 나와 인사했으며 감흥을 전했다. 그만큼 정도 많고 열정도 많은 사람으로 보였다.
공연의 1, 2막은 사실 무대 스케일은 컸어도 무대 전환 때문에 혹시 무대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고, 중세시대 이야기를 현대 할렘가로 바꾼 설정이 특별해보이지 않을 만큼 주역 성악진들의 노래 모습이 주가 되어 이끌어가고 있었다. 현대식 의상은 오히려 잘 어울렸다. 주인공 루나백작(이동환, 강주원)은 가죽재킷을 입고, 만리코(국윤종, 이범주)는 청바지에 체인벨트를 차고, 이들이 동시에 사랑하는 레오노라(서선영, 에카테리나 산니코바)는 긴 가죽장화를 신었는데 노래와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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