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통째로 돌릴 전기가 놀고 있다
수도권 전력 수급난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 자금과 기업이 몰리지만, 부실한 전력망은 발목을 잡는다. 탈원전·탈석탄을 내세운 지난 정부의 오판과 외면으로 동해안 등 발전 단지와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 구축은 미뤄졌고, 그 결과는 지금 눈앞에 닥쳤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공장, 데이터 센터를 위해 전기 확보에 나서지만, 그들과 맞붙어야 할 수도권에선 전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원전과 석탄 발전소가 몰려 있는 동해안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 단지가 집중된 호남의 전력 사업자들은 전기를 보내지 못해 답답해한다.
결국 수도권에 새로 짓는 반도체 공장은 석탄 화력보다 30% 이상 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짓고, 정부는 수도권에는 데이터 센터를 사실상 건설하지 못하도록 법령까지 바꿨다. 동해안의 최신형 석탄 발전소는 구형보다 미세 먼지 등 공해 물질 배출은 절반 아래고, 탄소 배출은 10% 적지만 전기를 보낼 방도가 없어 가동을 중단하고, 대신 수도권 공장들은 더 비싼 LNG 발전이나 공해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구형 석탄 발전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