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처음 간 다방에서 생긴 나만의 비밀

인터넷 뉴스


지금 한국의 소식을 바로 확인해보세요.

그 해 여름, 처음 간 다방에서 생긴 나만의 비밀

sk연예기자 0 375 0 0
이즈음 느껴지는 더위에 '덥다'라는 평범한 수식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오랜만의 부부동반 외출을 준비하느라 옷을 두어 벌 갈아입었을 뿐인데 벌써 등에 땀이 흐른다. 어디 등뿐이랴, 좀처럼 더위를 타지 않는 나이기에 한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볼 수 없었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엔 그저 헛웃음이 나온다. 끓는 도로를 프라이팬 삼아 달걀 굽는 것까지 본 세월의 이력을 지녔음에도 어떻게 매년 맞게 되는 더위는 이다지도 생경한 것일까.

오늘도 더위를 이겨내는 나름의 비책을 있는 대로 떠올려본다. 

하나-에어컨과 선풍기의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해 놓고 '집콕모드'로 있기
둘-아이스팩을 만들어 수시로 얼굴과 배, 혹은 다리에 얹기
셋-이열치열이라, 매운 음식으로 굵은 땀방울 흘린 후 찬물로 샤워하기
넷-추리소설을 산처럼 쌓아놓고 새벽을 밝히며 읽어보기
그리고 마지막 다섯째이자 가장 최애인 방법, 심야로 여름용 텐트폴 영화 보기.

다른 방법도 나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지만 오랜 세월 실행을 해 본 결과 심야에 보는 여름용 '텐트폴' 영화만큼 일시에 무더위를 날려주는 묘책을 아직은 찾지 못했다. 시원하게 냉방이 된 어두운 영화관에서 그것도 심야에 영화를 보는 일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기에. 

더위를 이겨낼 나만의 비책
IE003184056_STD.jpg?20230731140006
 
영화광인 내게 지난 코로나 3년의 시간은 가혹했다. 특히 직접 영화관을 찾아서 영화를 보는 일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끼고, 채 다섯 명이 되지 않는 관람객들과 영화를 보는 일이 어쩐지 마뜩잖아서 자주 발길을 돌렸음이다. 마스크 해제가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조로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었으니 그동안의 답답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음이다. 아무튼 이제 보고 싶은 영화를 '심야모드'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무얼 망설이겠는가, 이 여름을 책임지겠다는 영화가 이렇게 줄을 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서 선택한 영화였다. 액션 신이 많다고 했고, 연기자의 본업에 충실한 배우들이 여럿 나온다고 했으며 무엇보다 배경이 항구라 하지 않던가. 바다가 가지는 무한한 광활함에 더해, 항구라는 설레는 재료가 더해졌으니 기대감은 높아만 간다. 무엇보다 영화 '밀수'에는 그 시절 감성을 무한증폭해 줄 음악이 강렬하게 배치돼 있다는 것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층 더 빨라지게 만들었다.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적인 최헌의 노래 '앵두'를 배에 그득하게 싣고 포문을 열더니, 항구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김트리오의 '연안부두'를 슬며시 흘려보내고, 매력적인 권상사 캐릭터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입히는 식이다. 아, 박정민과 조인성의 액션 신에서 짜 맞춘 듯이 흐르던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빼놓으면 무척 섭섭할 것이다. 

물론 비릿한 부두내음이 스며있는 항구의 디스코텍을 쩌렁쩌렁 울리던 이은하의 '밤차'도 오랜만에 참 반가웠다. 하지만 내 눈과 귀는 엔딩장면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야 만다. 배마저도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희대의 명곡 김추자의 '무인도'가 흘러나오고 있었기에 말이다. 물론 꽤 오래 이어지는 엔딩을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가 함께 책임을 지고 있지만 김추자의 '무인도'가 가지는 포획성은 일시에 관중을 사로잡아 버리고 만다.

파도여 슬퍼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 마라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
빛나라 별들아 캄캄한 밤에도
전체 내용보기

0 Comments

인기 동영상



포토 제목

포인트 랭킹


커뮤니티 최근글


새댓글


추천글 순위


섹스킹 파트너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