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7살, 평범하게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를 시작한 임윤찬은 어떻게 18살에 세계를 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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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7살, 평범하게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를 시작한 임윤찬은 어떻게 18살에 세계를 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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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10대 피아니스트 임윤찬(18).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10대 피아니스트 임윤찬(18).

지난해부터 ‘10년 주기 피아노 천재설’이 온라인 클래식 음악 커뮤니티에서 돌았다. 1984년생 임동혁과 1994년생 조성진에 이어 2004년생 임윤찬(18)이 ‘천재 계보’를 이어갈 거란 얘기였다. 임동혁은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임동민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이번에 임윤찬이 18일(현지시각)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면서 우스갯소리 같았던 ‘10년 주기설’을 나름 증명했다.

“18~19세기 사람 같아…임윤찬은 시간여행자”

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의 재능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6명이 오른 결선 무대에서 그의 선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특히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임윤찬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은 이들의 상찬이 잇따랐다.

조은아 피아니스트는 “2022년 세계 음악계가 기억해야 할 기념비적 연주란 생각이 든다”며 “하늘에서 지구에 점지해준 피아니스트가 한국의 조성진이라 여기며 자랑스러워했는데, 하늘이 또 한명의 피아니스트를 점지해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결과 발표 이전이었다. 콩쿠르를 중계한 유튜브 댓글에도 임윤찬의 연주에 감동해 눈물을 훔쳤다는 글들이 많이 달렸다. 현장 청중들도 일제히 기립한 채 임윤찬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 연주회 포스터 속 11살 소년 임윤찬.2015년 금호영재콘서트 연주회 포스터 속 11살 소년 임윤찬.

앞서 12명이 겨룬 준결선에서도 그는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였다. 그가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은 ‘악마적 기교’를 요구한다는 난곡 중의 난곡이다. 작곡가 슈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그 자신뿐일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연주 시간이 65분에 이르는 이 연습곡 12곡 전곡을 임윤찬은 쉬지 않고 내리 연주했다.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한 곡인데, 한번에 연주하는 게 작곡가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난해 10월 독주회에서 이 곡을 인터미션 없이 연주한 임윤찬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미국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마린 알솝(66)의 지휘로 연주하고 있다.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미국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마린 알솝(66)의 지휘로 연주하고 있다.

천재의 시작은 평범했다. 대개 그렇듯 “악기 하나쯤 다루는 게 좋겠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7살 때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보통 3~4살에 입문하는 ‘천재 계보’에선 상대적으로 늦게 피아노를 시작한 셈이다.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임윤찬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이 태권도장에 다닐 때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어 아파트 상가에 있던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좋아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재하를 좋아하는 18살 피아니스트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광고를 본 임윤찬은 부모님께 간청했고,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렇게 들어간 음악영재아카데미에서 선생님들에게 기초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그보다 어려서부터 집중적으로 피아노를 훈련받은 학생들과 비교가 됐다. 임윤찬은 실망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정직하게 음악을 대했다. 차근차근 실력이 쌓였다.

임윤찬이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우승이다. 불과 15살 나이였다. ‘괴물급 신동’이 출현했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그 이전부터도 임윤찬은 꾸준히 재능을 인정받았다. 11살이던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14살이던 2018년엔 미국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가수 유재하를 좋아한다는, 여전히 소년티가 감도는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에게 배우고 있다. 손민수는 “음악에 몰입해 사는 모습이 마치 18~19세기에 사는 듯하다”며 제자에게 ‘시간여행자’란 별명을 붙여줬다. 스승은 제자를 ‘연주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평한다. 평소 말이 드물고, 목소리도 작지만 무대에만 오르면 폭발적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곡을 찾아 계속 공부하면서 세상의 모든 레퍼토리를 정복하고 싶다”는 게 임윤찬의 꿈이다. 스승 손민수와 함께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미국의 저명한 피아노 교육자 러셀 셔먼이 임윤찬이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전곡,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와 푸가 전곡 연주가 그의 ‘도전 레퍼토리’ 목록이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10대 피아니스트 임윤찬(18).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10대 피아니스트 임윤찬(18).

지난 2일 시작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엔 51개국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지원했고, 이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30명이 본선 경연을 펼쳤다. 대회를 중계한 유튜브에선 일찌감치 그의 우승을 예상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국외의 한 유튜버는 결과 발표 하루 전부터 “임윤찬이 우승자로 확정됐다”고 대놓고 공언할 정도였다. 이를 입증하듯 임윤찬은 전세계 클래식 음악 팬 3만여명이 참여한 온라인 인기투표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그에 따라 청중상도 수상했다. 임윤찬은 대회를 마친 뒤 “이번 콩쿠르를 통해 제 음악이 더욱 깊어지기를 원했고, 관객들에게 진심이 닿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결선, 지휘자가 임윤찬을 안고 눈물을 보였다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이에게 돌아가는 신작 최고연주상(바벌리스미스테일러 어워드) 역시 그의 차지였다. 이번 대회 3관왕이다. 1등 상금 10만달러(한화 약 1억3000만원)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한화 약 920만원)를 부상으로 받았다. 세계 각지의 공연, 음반 발매 기회와 함께 3년간 세계 전역에서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관리도 받게 된다.

북미에서 가장 큰 대회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입상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윤찬은 “난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은 사람이다. 단지 그렇게 되면 수입이 없다”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고, 내년 성인이 되기 전에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기 위해 콩쿠르에 나왔다. 콩쿠르 우승과 상관없이 공부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1962년부터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쇼팽 콩쿠르처럼 피아노 부문에 한정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옛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단번에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리는 대회다. 지난 대회(2017년) 우승자가 선우예권이었다.

손열음은 2009년, 양희원(미국명 조이스 양)은 2005년 각각 2위에 올랐다. 최근 작고한 세계적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1966년 대회 우승자였다. 한국 피아니스트 김홍기(30), 박진형(26), 신창용(28)도 이번 대회 준결선에 올랐지만, 임윤찬만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장이자 결선 무대에서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휘자 마린 알솝(66)도 임윤찬에게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결선 연주가 끝난 뒤 무대 뒤에서 임윤찬을 안아주며 살짝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린 알솝은 2019년 개봉한 영화 <더 컨덕터>의 실제 모델 가운데 한명이다. 미국 유명 교향악단의 첫 여성 상임지휘자가 되면서 ‘유리천장’을 깬 그는 14년 동안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 지난해부터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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