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다시 사랑에 빠진 엄마... 안타까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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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다시 사랑에 빠진 엄마... 안타까운 이유

sk연예기자 0 821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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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개봉한 오드리 디완의 <레벤느망> 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아니 에르노 원작의 영화화다. 2022년 노벨문학상 특수로 출판뿐 아니라 영상도 버프를 받는 것 같다. 작가의 대표작인 만큼 영화화는 오히려 <레벤느망>보다 1년 먼저이기도 하다. 자기 경험을 반영하되 일기장이 아니라 그 상황 하에서 본인이 품었던 생각들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집필된 일련의 작업들은 (초창기엔 상당한 논란도 불러왔지만) 이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집요한 투쟁의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니 에르노의 작업은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단지 자기를 과시하거나 노출하고픈 일기장 공개와는 분명 다른 독자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그런 작가의 스타일을 가장 전형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되는 대표작인 <단순한 열정>은 불과 60쪽 전후의 분량으로 단번에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 딱 좋은 호흡을 가졌다. <레벤느망>의 원작인 '사건'은 24살 무렵 작가 자신이 (아직 낙태시술이 불법이던 시절) 임신중절을 위해 혼자 좌충우돌하며 겪었던 체험 기록이다.

그리고 <단순한 열정>은 그 이후 결혼과 출산, 이혼을 겪은 작가가 유부남과 가졌던 은밀한 시간 동안 느낀 심상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의 결실이다. 그래서 엎치락뒤치락 시차가 뒤엉킨 두 작품이 개봉 시기로는 연대기적으로 조율된 셈이다. 그렇게 작가이기 이전 한 여성의 지난한 인생 궤적을 시간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 책을 먼저 읽었다. 어딘가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휴대전화 액정 들여다보는 대신 참으로 오랜만에 책을 들었던 셈이다. 물리적인 분량의 간략함이 그런 호기로움에다 힘을 보태준 것 같다. 1시간 반 남짓한 이동시간 동안 본문과 작가 연보를 독파하고 책에 같이 수록된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훑어보다 기차에서 내렸다. 며칠 후 새벽에 영화를 봤다. 소설을 읽던 시간과 영화를 보는 데 소요된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신기하다면 그럴싸하게 신기한 일이다.
 
제목 그대로 열병 같은 '단순한 열정'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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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시인에 대해 연구 중인 엘렌에게는 한창 뜨겁게 만나는 애인이 있다. 이혼 후 어린 아들 폴과 함께 지내던 엘렌은 그와 만난 후 필사적으로 일상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겉보기엔 별다를 바 없을 뿐 뒤늦게 찾아온 열정적인 사랑에 푹 빠져 헤어날 생각이 없다.
 
엘렌의 시간은 ① 그의 연락이 오기만을 무한정 기다린다.
②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필사적으로 그를 맞이할 준비에 전념한다.
③ 그와의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필사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④ 그가 떠나면 기약 없는 연락을 기다린다.
무한 반복으로 순환되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엘렌의 운명적 사랑 상대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 심지어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다. 둘의 만남은 항상 그 남자, 알렉산드르의 연락과 방문으로 이뤄진다. 엘렌은 그가 찾아와 함께 정사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때마다 공들여 몸단장을 하고 아들을 다른 곳에 보내는 등 지극정성이지만 그에게 매달리거나 아내의 자리를 요구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학문적으로나 그를 만나기 전 삶의 방식이나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의 전형과도 같던 엘렌은 이제 스스로 억누를 수 없는 '단순한 열정'에 몸과 마음이 통째로 종속된 상태다.
 
엘렌은 과연 이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알렉산드르가 아내와 장기간 여행을 떠난 기간 내내 그를 애써 상상해 보고, 같이 밤을 보내자며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변화를 지인들은 걱정하고 완벽하게 유지하던 균형에 균열이 가면서 아들 폴과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훌쩍 남자는 떠나버린다. 엘렌은 알렉산드르가 돌아간 모스크바에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들르기도 하지만 재회는 일어나지 않는다. 몇 달이 지나 간신히 이전의 일상을 회복한 엘렌에게 문득 알렉산드르의 전화가 걸려온다.
 
과연 간신히 그와 처음 만나기 전 평상심을 겨우 되찾은 엘렌은 알렉산드르와 다시 만날까? 그 답은 소설, 그리고 영화를 통해 확인하면 될 일이다.
 
'자전소설'의 영화화 과정이 겪은 난관과 원작과의 대비
 
영화는 소설의 충실한 영상화에 1차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몇몇 부분에선 마치 뮤직비디오 배경영상을 깔아 둔 채 가사가 흘러나오듯 소설의 문장이 고스란히 펼쳐지는 수준이다. 특히 도입부는 TV 문학관 영상소설 버전에 가깝게 원작 감흥을 되살린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가 분명히 차이를 드러내는 구석도 없지 않다. 원작이 에세이처럼 독백조로 전개되는 서술방식이기에 90여 분의 드라마를 동일한 문법으로 끝까지 몰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마치 좀비 아포칼립스 물의 바이블 중 하나인 <세계 대전 Z>가 유엔 조사관의 전후 보고서 형태 서술을 취했던 걸 설정만 유지한 채 액션 스펙터클 <월드워 Z>로 변모시켜야 했던 영화의 고민을 연상케 하는 고충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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