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난 그녀 - 2
[드디어 만난 그녀 - 2]
"알아요. 만날 기회가 없을 따름이죠"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대화가 다시 시작되기 전, 내가 그녀의 집 근처를 지났던 적이 있었다. 그 일을 이야기 하며 2019년 했던 대화를 아직 기억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그녀도 옛 대화가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한 마디.
"그냥 예전부터 알던 분이 가까이 계시니 반가움이 ㅎㅎ"
난 슬쩍 그녀의 마음을 떠 봤다.
"다른 뜻 없겠지만 아주 반가운 인사네요ㅎㅎ"
그녀는 덥썩 물었다.
"ㅎㅎㅎㅎ.... 그런가요? 다른 뜻이 뭐가 있을까요?"
내 짐작이지만, 그녀도 한참 뜨겁게(?) 통화를 하고 만남을 약속했지만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듯 했다.
그녀가 긴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왔을 때 우린 다시 만나보려고 했었다. 2019년 겨울, 2020년 초로 기억한다. 내가 지방에 살았기 때문에 서울에 가게 되면 서울역 근처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역 근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한 호텔을 알아보기까지 했었다. 내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 같은 곳이지만, 서울역에서 제일 가까운 것 같았다. 지금 찾아비니 아직도 영업중이더라. '호텔ㅁㄴ'
알다시피 2020년 2월 말 내가 살던 도시에 코로나가 엄청나게 전염되었고, 도시 봉쇄얘기까지 나왔었다. 그리고 초반만 하더라도 감염자들의 동선이 모두 노출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또 다시 불발되었고, 그렇게 서서히 메시지가 줄었다. 그리고 그녀도 잠시 어플을 떠났고, 나도 잠시 어플을 떠났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가 나에게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다. 아마 2019년 첫 만남이 불발되었을 때를 말한 것 같았다.
"돌아가고 싶다기보다 이어가고 싶은쪽이 더 맞는 표현이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녀 역시
"그러긴 하네요. 이번에 이어간다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이 진짜 이루어져야겠네요. 지난번에 불발되었던"
ㅅㅅ할 생각이 없다면 커피는 언제든 괜찮다고 했던 그녀가, 지난번 불발 되었던 만남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내 생각이 맞았다. 그녀도 나와의 ㅅㅅ를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010-XXXX-XXXX 난 기억하고 있어요."
그간 그녀에게 톡을 하거나 전화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내가 그녀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번호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며 불렀을 때 그녀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렇게 우린 이어갈 마음을 서로 확인했다.
그러고 또 몇개월이 지났다. 서로의 일정을 맞춰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다음주에는 만나자고 약속을 했으나 약속한 주가 되면 갑자기 무슨일이 생겼다.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게다가 그녀는 또 지방 근무가 생겨서 두 달 넘게 서울에 오지를 않았다.
서로 만남에 대한 마음은 있으나, 참 쉽지 않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번에도 이어지지 않으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방 근무를 마치고 왔을 때 내가 조금 강하게 시간을 내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드디어 만남을 약속했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 어떤 스커트를 입을지, 어떤 구두를 신을지 고른다고 했다. 내 취향을 정확히 아는 그녀였지만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H라인이면 좋지만, 불편하면 다른 스커트도 괜찮아요."
"구두는 발목 스트랩이 없어야 해요."
"스타킹은 신고 나와요. 너무 더우면 날 만나기 전에 화장실에서 신고 와줬으면 해요."
그녀도 다 아는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서로의 취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도 나에게 한 가지 말했다.
"호텔 건물 1층에 카페가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카페에서 만나 커피 한잔 하고 마지막으로 결정을 해요."
ㅅㅅ를 염두에 둔 만남이지만 반드시 해야하는건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고, 그날의 컨디션이 별로일 수도 있다. 여러 변수가 있기에 최종 결정은 그렇게 남겨두었다.
"XXXX 호텔 1층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서 만나요."
"그래요. 거기 괜찮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