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가 고향인 내가 본 '밀수' 명장면

인터넷 뉴스


지금 한국의 소식을 바로 확인해보세요.

여수가 고향인 내가 본 '밀수' 명장면

sk연예기자 0 230 0 0
단지 '밀수'라는 제목에 끌려 아무 생각 없이 영화표를 끊었다. 대개 끊기 전 미리 본 이들이 남긴 관람평을 대충 훑어보곤 하는데, 이번엔 일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감독이 누군지,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는지에도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영화 <밀수>를 관람했다.
 
밀수라는 단어에 본능적으로 끌린 이유는 있다. '밀수의 도시'로 악명 높았던 전남 여수에서 나고 자란 까닭이다. 어릴 적만 해도 주변에서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은 밀수가 가져온 호황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이 70년대이니 여수에서 산 내 어린 시절과 정확히 겹친다.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와서 따져볼 순 없지만, 주변에서 일본제 라디오나 작은 가전제품들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도 밀수가 횡행했던 탓일 듯싶다. 그땐 국산 전자제품이 더 귀한 시절이었다.
 
당시 부두의 하역 노동자였던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던 밀수 관련 이야기도 어렴풋이 뇌리에 남아있다. 밀수가 공공연했던 건 그만큼 통관 절차가 허술했고 온갖 비리가 난무했다는 뜻일 테다. 여수엔 세관원들의 숫자도 많았을뿐더러 하나같이 형편이 넉넉했다고들 했다.
 
세관원들에게 '오찌'만 건네면 무사통과됐다는 말도 기억난다. 어원은 알 길 없지만, 아버지는 뇌물을 무조건 '오찌'라고 불렀다. 학부모가 자녀를 잘 부탁한다며 교사에게 건네는 촌지도 그렇게 통칭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 사회 곳곳에 뇌물과 촌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공공연했다.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다
IE003179493_STD.jpg?20230808103512
 
어려서부터 밀수에 대해 듣고 자라선지, 스크린이 환해지기도 전에 감독에 빙의되어 영화적 상상력이 발동됐다. 줄거리에 관한 예측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 분)가 작은 어촌마을 군천의 토박이 밀수꾼 장도리(박정민 분)에게 당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결말도 얼추 예상대로였다.
 
특히 탈세 운운하며 밀수를 단속하는 세관원 이장춘(김종수 분)이 밀수에 깊숙이 연관돼 있으리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릴 적 경험상 '오찌'가 빠지진 않을 거라고 여겨서다. 특정 사건을 다룬 영화에서 관료 사회의 부정부패는 반전의 재미를 주는 익숙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장춘이 단속 경찰관에 슬며시 다가가 자신의 손목에서 롤렉스를 풀어 건네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내 머릿속 시나리오대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서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세관원이 밀수라는 범죄 행위의 방조자를 넘어 주모자였다는 설정은 적어도 내겐 반전이 아니었다.
 
러닝타임은 다 되어 가는데, '나쁜 놈'과 '더 나쁜 놈'만 남은 상황에서 그들을 응징할 주체가 사라졌다. 결국 밀수라는 먹이사슬 구조의 맨 아래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해녀들이 권선징악의 행동에 나서게 된다. 반전을 거듭한 영화의 종착역은 그렇듯 '나쁜 놈은 죽는다'는 뻔한 교훈이었다.
전체 내용보기

0 Comments

인기 동영상



포토 제목

포인트 랭킹


커뮤니티 최근글


새댓글


추천글 순위


섹스킹 파트너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