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반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향했습니다.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를 잇는 직항편입니다.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최근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의 관계는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부터 양국 간 직항편까지 만들어졌지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종종 결항되는 항공편이지만, 저는 다행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도착한 이스탄불에서 저를 처음 맞아준 것은 어마어마한 물가였습니다. 공항의 물가가 특별히 비싸기도 했지만, 시내에서도 별로 다른 수준은 아니더군요.
 
지난해 10월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연 85%를 기록했습니다. 튀르키예 리라화의 가치도 급락했습니다. 2020년 100리라는 17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었습니다. 지금 100리라는 5달러도 되지 않습니다. 3년 새 화폐 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진 것입니다.

식당 메뉴판에는 언제나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니면 가격을 쉽게 쓰고 지울 수 있는 재질로 만든 메뉴판도 많았습니다. 아예 가격이 써 있지 않은 메뉴판도 있었죠. 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오르면서, 메뉴판을 다시 만들 여유조차 없는 것입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막 가격을 수정하고 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스탄불의 사정이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도시보다 물가가 확실히 비싸더군요. 튀르키예는 물가가 싼 여행지로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이스탄불은 한국과 비교해도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물가였습니다.

튀르키예는 지난달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현직 대통령인 레제프 에르도안(Recep Erdoğan)과 야당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Kemal Kılıçdaroğlu)가 맞붙었죠. 선거는 예상대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였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에 올랐습니다. 이후 2014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에르도안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 중심의 권력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미 20년째 이어진 집권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해 3선 총리, 3선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울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선거는 생각보다는 아슬아슬하게 흘러갔죠.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의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단독 과반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습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올해 초 있었던 대지진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결과였습니다.
 
결국 1차 선거에서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었고, 결선투표가 치러졌습니다. 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튀르키예 입국 일정을 미뤘습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에르도안은 결국 52% 득표로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3선을 확정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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