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외면한 유해 발굴 조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인터넷 뉴스


지금 한국의 소식을 바로 확인해보세요.

국가도 외면한 유해 발굴 조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sk연예기자 0 1268 0 0
개인적으로, 국립 5.18 민주 묘지에 갈 때마다 맨 먼저 찾아가는 데가 있다. 묘역의 가장 외딴 구석에 자리한 10구역. 국립 5.18 민주 묘지는 상하좌우 10개의 구역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현재 778분의 희생자들이 영면해 있다. 10구역은 묘역 한가운데 우뚝 선 5.18 민중항쟁탑을 지나 오른쪽 길 끝에 조성되어 있다.
 
5.18 당시 희생된 분들과 이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지만, 10구역은 여느 묘역과 다른 점이 있다. 봉분이 없다는 것과 묘비의 이름 뒤에 '묘' 대신 '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것. 유해 없이 영혼만 모셔진 곳이라는 뜻이다. 4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해를 찾지 못한, 이른바 '행불자'들이 이곳에 한데 모여있다.
IE003170069_STD.jpg?20230627105537
 
해마다 오월이면 묘역은 유족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참배객들로 북적이지만, 10구역만큼은 황량하리만큼 썰렁하다. 5.18 당일에도 그 흔한 국화꽃 한 송이 올려져 있는 묘비가 드물다. 그들의 유족이 왜 없을까마는 반세기 가까운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이승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는 걸 방증한다.
 
행불자는 '사망자'가 아니라 여전히 '실종자'로 기록돼 있다. 수십 년이 지났을지언정 서류상 사망하지 않은 것이다. 유해도 없이 어떻게 제사를 지낼 수 있겠느냐고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딘가에 묻혀있을 부모와 형제를 찾아 오늘도 암매장 추정지 주변을 서성이며 유해 발굴 조사를 서둘러달라고 탄원하는 유족들의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10구역부터 묘역 참배를 시작하는 건, 그들의 애끓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다. 살아 돌아오리라는 바람은 진작 내려놓았지만, 유해라도 찾아 이곳에 모실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한다. 부디 5.18 당시 주검들을 군용 헬기에 실어 바다에 던져 버렸다는 일부의 당혹스러운 증언이 사실이 아니길 기도한다.

5.18 행불자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
 
5.18 행불자에 관한 통계는 관련 단체마다 들쭉날쭉하다. 신고가 접수된 행불자는 총 242명이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행불자는 총 76명(2022년 9월 현재)에 불과하다. 올해 말까지 활동하게 되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협조를 얻어 유해 발굴 및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어 행불자 수에 약간의 변동이 예상된다.
 
5.18 행불자 문제에 천착하는 건, 그것이 유족들의 피맺힌 한을 위무하는 일이자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유해의 발굴 조사 없이 학살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해와 그들이 지닌 유품을 통해 당시의 역사적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뿐더러 가해자로서 인간이 어디까지 야만적일 수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역사 교사로서, 5.18을 수업 시간에는 공식 명칭대로 '민주화운동'이라 이름 붙이지만, 답사를 인솔하거나 외부 강의에 나설 땐 '광주 학살'이라고 규정한다. 5.18은 국가가 전시도 아닌 평시에 수백 명의 민간인을 총칼로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하고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를 두루뭉수리 '민주화운동'이라 부르는 건 진실을 감추려는 속셈처럼 여겨서다.
 
그러나 민주 국가의 당연한 의무인 유해 발굴 조사조차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제한된 데다 관련 자료조차 폐기돼 없거나 제출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리라는 기대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가해자인 국가가 방관하는 가운데 일부 극우세력이 유족을 욕보이고 윽박지르는 현실에서 '학살'이라는 명명은 차라리 저항이다.
전체 내용보기

0 Comments

인기 동영상



포토 제목

포인트 랭킹


커뮤니티 최근글


새댓글


추천글 순위


섹스킹 파트너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