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몰이해
잘 모르겠습니다. 한 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입니다. 문학을 공부하고 시를 쓰고 출판사 편집자로 작가들의 책을 만들며 살아왔지만 제게도 시는 어렵기만 합니다. 어려워도 아주 희한하게 어렵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낱말로 이뤄져 있는데 심오한 철학 용어가 담긴 문장도 아닌데 죽 읽고 나면 내용과 의미가 좀처럼 그려지지 않아 벙벙해집니다.
시와 문학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예술 장르를 접할 때도 그렇습니다.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한 폭의 회화를 바라보며 저는 자주 머리를 긁적입니다. 생각해보면 세상 중요한 것들 앞에서 늘 같은 방식의 어려움을 경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