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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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sk연예기자 0 1213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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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오만의 흔적들
 
우리가 인류문명의 기원으로 역사 시간에 배우는 고대 4대 문명(학계에선 이미 이 시기에 이들 뿐만 아니라 10여 개의 문명권이 공존하고 있었음이 확인되지만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이 4개 문명이 각인되어 있다)은 모두 자연환경을 인간의 집단적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도전의 결과물과도 같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 강의 범람을 둑과 제방으로 가능한 관리하고 고도의 측량술로 토지대장을 정리하는 데 기반을 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서 그물 같은 관개수로를 통해 안정된 농사 기반을 유지하려 애썼다. 인더스 문명 역시 동명의 강에서 중동과 동일한 조건을 계획도시에 집중된 인력으로 극복하려 애썼고, 중국의 황하 문명 역시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사자성어를 탄생시킬 만큼 거대한 강의 수혜는 누리면서 위험은 줄이기 위해 분투했다. 중국 상고시대를 지나 최초의 세습왕조로 문헌에 기록된 (실제 존재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하' 나라는 바로 요와 순 임금 시절 제방 담당자였던 '우'를 시조로 한다. 고대인들이 물을 다스리는 데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삼국지의 주역 중 하나인 제갈공명(제갈량)을 군사전략가로 알고 있지만, 그의 진면목은 당시 천하 13주 중 실질적으로 단 1개 주를 차지하고도 삼국정립의 한 축으로 장기간 국가를 경영하는 데 성공한 국정운영 능력에 있다. 상시적인 전쟁에도 불구하고 민생을 안정시키고 작은 영토의 효율을 당시 고대국가 행정력으로는 극한에 가깝게 구현해냈는데, 다양한 산업과 무역을 개척했지만 농업 진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후 2000년 내내 중국의 대표적 곡창 지대로 거듭난 익주의 생산력은 '도강언'이라는 거대한 수운 관리 시스템으로 상징된다. 양쯔 강의 지류를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해 분산시켜 범람을 막고 농토에 용수를 대기 위한 아날로그 시스템의 극한이라 하겠다. 세계 곳곳에서 이런 고대인들의 지혜와 자연과의 사투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이미 고대 이집트 시절에 존재했고, 조선 시대에도 국가예산을 책임지던 조운선 항해 난맥을 타개하기 위해 운하 굴착을 시도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물론 이런 시도는 자연 파괴라기보다는 인간의 생존투쟁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인간사회에서 권력의 정점을 차지하기 위한 과시적 욕구로 자연을 인간에 종속된 것처럼 간주하는 태도가 존재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런 욕망은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지구 전체가 오직 인간이라는 종의 소유물인 양 사고하기에 이른다. 그런 오만의 초기 형태로 기원전 480년에 그리스 도시국가와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와의 2차 전쟁 시절 일화가 떠오른다. '왕 중 왕' 크세르크세스 1세는 부친 다리우스 대왕의 유언인 그리스 정복을 위해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인 헬레스폰트(현 다르다넬즈) 해협을 넘으려 시도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는다. '대왕'의 위세에 금이 갈 것을 염려한 크세르크세스는 군사들에게 채찍으로 바다를 벌하라 명한다. 이 기이한 퍼포먼스는 물론 보여주기에 불과했지만 자연을 인간의 발아래 무릎 꿇게 하겠다는 욕망 그 자체를 표상한다.
 
그런 맹아를 계승해 근대 산업혁명 이후 인위적으로 자연의 지형과 흐름을 끊고 교통로를 개척하거나 댐을 쌓고, 간척을 통해 인간에 의해 통제 및 관리되는 땅을 획득하는 건 국가경제와 민생복리를 위한 전 사회적 노력으로 간주되어왔다. 미국의 후버 댐과 중국의 싼샤 댐은 그 거대한 규모 탓에 지형을 바꾸고 기후까지 변화시켜버릴 정도다. 하지만 그런 대규모 토목사업이 과연 옳은 것인지 회의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댐이 하천 생태계에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관개농업의 피로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중동 지역의 상황은 개발이 능사가 아니며, 장구한 세월 상호보완 개념의 순환계를 완성한 자연환경 그대로를 보전하는 게 최선이라는 교훈을 제시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의 욕망은 파괴적 개발에 끌린다.
 
나치독일의 '아틀란트로파' 몽상 닮은 새만금 간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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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나치독일은 집권 후 국민들의 지지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실시한다. 아우토반으로 상징되는 고속도로가 이때 탄생한다. 파시즘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1929년 세계 대공황의 여파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서양 건너 미국에선 뉴딜 정책과 함께 대규모 댐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정비가 이뤄지기도 했음에 주목하자.
 
나치독일 정권은 반동복고적인 체제였다. 다문화와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오직 게르만 민족이 정점에 선 강한 국가만을 공허하게 외쳤다. 그러다 보니 고도로 실용적인 과학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체제의 근간은 '생존권'으로 번역되는 '레벤스라움' 추구에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참혹하고 대규모였던 독소전쟁의 목적이 바로 동유럽의 광대한 영토를 독일 생활권에 편입시키고 '열등민족'을 노예로 부리거나 시베리아로 추방하려는 의도였다. 그러한 허무맹랑한 '레벤스라움'의 연장선상에서 페이퍼 플랜으로 끝난 계획이 하나 더 있다. '아틀란트로파' 프로젝트다. 거창한 이름이지만 개념은 간단하다. 지중해 끝을 막아서 육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대서양과 연결되는 지브롤터 해협에 초대형 댐을 쌓아 지중해 수심을 200미터 낮게 만들어 거대한 새 대륙을 획득하고 여기에 농민들을 이주시키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이지만 의외로 장기간 진지하게 논의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인력과 예산, 자원 때문에 '아틀란트로파' 프로젝트는 실제 삽도 못 떠보고 끝났다. 차라리 남의 땅 빼앗는 게 더 수월하고 빠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지던 계획은 2차 대전과 전후 복구 과정에서 깔끔하게 잊힌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페이퍼 플랜에 감명을 받았는지 구소련 시절 중앙아시아 농지개척을 위해 진행된 댐 건설 여파로 아랄 해 일대가 거의 사라져버리는 파국이 터졌다. 남한 면적의 2/3가 넘는 내해 전체가 소금사막이 되어버린 것이다. 만약 '아틀란트로파'가 완성되었더라도 아름다운 지중해 파란 바다의 자리에는 염분 때문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불모지만 덩그러니 등장했을 것이란 우려가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듯하다. 우리에겐 새만금 간척사업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시작부터 정치적 의도로 출발한 이 장대한 '뻘짓'은 처음 개시될 때 예상했던 모든 효용과 수요가 어긋났음에도 기괴하리만큼 30년 넘게 현재진행형이다. 처음엔 신군부의 연장선상이던 노태우 정부가 (자신들이 조장했던) 극심한 지역감정을 달래기 위해 개발독재 이데올로기를 지역 차원으로 부추기는 식으로 출발했다. 지역 균형개발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을 고수하면서 소외된 지방에 떡고물을 나눠주는 식의 왜곡된 지역개발정책을 남발하게 된 것이다. 그중 전북지역에 배당된 몫이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갯벌 중 하나인 서해 군산 주변 갯벌을 33킬로미터 연장선상의 둑을 쌓아 천수답 곡창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토목공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쌀 소비량이 줄어 수매제도도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요즘 현실에선 이제 아무 쓸모도 의미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공사를 얼른 손절하고 대안을 모색하면 될 일 아닌가 싶지만, 그럼에도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이미 구르는 돌처럼 목적을 상실한 사업이 계속되면서 몇 해마다 억지 개발 아이템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끝없이 논과 밭이 펼쳐지던 청사진이 어느새 산업단지 부지 유치로 둔갑했다 또 다시 태양광 발전단지 시도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제는 지역개발 광풍의 최첨단 현재형이라 할 군산 신 공항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이 황무지가 유일하게 순기능을 한 사례라면, 예산 모자란 한국 독립영화나 드라마 촬영현장을 위한 '디스토피아' 혹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즉 멸망한 세계의 초현실적 풍경 배경제공 뿐이다.
 
현대 환경운동의 출발은 아름다움 목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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