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돌하르방 있던 일본 박물관, 조선인 무연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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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돌하르방 있던 일본 박물관, 조선인 무연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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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430년 전, 일본 열도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전국의 번주에 명을 내려 20만 명의 병사를 사가(佐賀)번 가라쓰에 집결시킨다. 조선 침략을 위한 전초기지를 짓기 위해서다. 가라쓰의 한자는 당진(唐津)이다. 중국 당(唐)나라와 교역하던 항구라는 뜻으로, 충청남도 '당진'과 글자가 같다. 그의 명에 따라, 해안가 인근 17만 평방미터의 땅에 성을 짓는 대공사가 시작된다.
 
히데요시가 전쟁을 지휘하기 위한 본영으로 지은 이 성의 이름이 나고야(名護屋)다. 일본 본토 중부에 있는 나고야(名古屋)와 음은 같으나 한자가 다르다. 혼슈(本州) 나고야와 구별 짓기 위해 히젠(肥前) 나고야라고 부른다. 열도의 거의 모든 번주들이 참여한 이 대규모 토목공사는 1591년 가을에 시작해 5개월 후인 이듬해 봄에 주요 골격이 완성된다. 임진년부터 정유년까지 이어진 7년 전쟁의 거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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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쓰시(市)에 당시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별사적으로 지정되어 사가현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성터 입구에 각 진영이 주둔했던 자리가 표시된 안내판이 서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이름도 보인다. 성터 마루에 올라서니 기념탑이 서 있다. 바다 너머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항구를 떠난 왜선의 이정표가 되었을 가카라시마(加唐島)다. 저 방향으로 대한해협을 건너 북상하면 쓰시마섬(對馬島)이 나온다.
 
1592년(선조 25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약 2만 명의 선발대가 이곳 가라쓰에서 출발해 쓰시마섬을 거쳐 부산에 상륙하면서 임진왜란이 시작된다. 나고야성은 정유재란 때도 전쟁 지휘소로 사용됐다. 한글로 작성된 안내문에 임진, 정유왜란은 조선과 대륙에 진출하기 위해 일으킨 침략전쟁으로, 그 피해는 조선국 전체에 미쳤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의식해서 일부러 이런 표현을 쓴 것일까.
 
성터 인근에 나고야성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구에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돌하르방이 서 있다. 안내원을 따라 2층 상설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전시주제가 '일본 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일본과 한반도가 교류했던 흔적들을 모아 시대별로 구분해 둔 곳이다. 히데요시의 초상화와 친필 편지, 당시 성 주변에 살던 주민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와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다.

여기가 일본 박물관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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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히데요시 초상화 옆에 이순신 장군 영정을 걸어두었다. 홀 중앙에는 거북선 모형과 전쟁 때 사용한 대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가 일본 박물관이 맞는가, 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의 접근인가. 오랜 기간 뇌리에 각인된 확증편향이 고개를 내민다. '침략이라는 표현도, 전시물의 내용도 일본 현지 박물관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접근인 것 같은데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를 일시적으로 단절시킨 두 왜란과 그 무대였던 나고야성터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시관을 꾸밀 때, 중앙정부와 의견 충돌이 컸는데 사가현(縣) 주지사가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라쓰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둘러보시기를 추천한다.
 
사가는 일본 규슈 북부에 자리한 작은 현(県)으로 규슈 지역 7개 현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관광자원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에도 시대의 사가는 나가사키(長崎) 일부 지역까지 상당히 넓은 땅을 관리하고 있었고, 이 항구를 통해 서양 문물을 일찍 받아들여 근대화된 번(藩) 중 하나였다. 자체 제철소를 통해 근대식 화포를 생산할 만큼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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