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민낯 보여준 '모파상' 세 편, 판소리 1인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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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민낯 보여준 '모파상' 세 편, 판소리 1인극으로

sk연예기자 0 684 0 0
"이, 이, 이야기는 어젯밤 스친 꿈같은 그저 짧은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기 전, 무대 뒤 편에 관객들을 위해 이렇게 문구가 내걸렸다. 아마도 작품의 소개뿐 아니라 공연을 관람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었던 제작진의 의도로 보인다. 기억하려 애를 써도 떠오를듯 말듯 어렴풋이 머릿속을 맴도는 이야기들.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 기억의 저편을 오가는 몇 개의 단상들. 앞뒤 구분 없이 뒤섞여 있는 듯한 조각모음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전의 얘기가 기억나지 않아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툴툴 털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공책을 찢은 듯한 배경. 극장 안에 또다른 작은 무대가 깔렸다. 정사각형의 단상으로 이루어진 무대 위로 배우의 동선은 제한된다. 가끔 그곳을 내려와 주위를 걷고 문지방에 걸터앉은 듯한 자세도 취하지만, 그의 구역은 '극장 속의 극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상의 양쪽으로는 각양각색 전통악기들이 채워졌다. 그리고 네 명의 악사들이 두 명씩 좌우로 배치됐다. 배우와 악사가 주고받는 티키타카와 주인공의 입말을 돋보이게 만드는 연주기법은 조금의 빈틈도 발견할 수 없다. 마치 오래된 경력을 자랑하는 더빙영화의 베테랑 성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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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대에 관한 설명으로 넘어가보자. 정면에 보이는 배경은 런어웨이를 연상시킨다. 메모장을 찢은 배경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할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것은 150년을 뛰어넘어야 할 관객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무대장치다. 한국적 판소리의 배경이 프랑스의 에피소드였다는 간극을 메우기엔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의 대사와 악사의 음악은 한국적 요소로 채웠지만,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막극의 중간을 이어주는 내레이션은 프랑스어로 교차시켰다. 이처럼 이질적 요소가 거리낌 없이 섞이게 만들기 위해서 몽환적인 무대가 한몫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여하튼,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전통판소리 1인극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篇>(1월27일~2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이다. 

제목에서 유추하듯 이 작품은 우리 국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판소리극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한 신작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28편 중 하나로, 전통 분야에 주목하는 작품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공연은 소리꾼과 고수가 주고받는 구조에 뼈대를 두지만 철저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2000년대 후반 여성민요그룹에서 활동한 뒤 2011~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예술가로 선정되면서 판소리 각색에 두각을 나타낸 박인혜(39)씨가 중심을 이끈다.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篇>에서 연출, 각색, 음악감독, 작창, 배우 등 1인 5역을 맡은 박 씨는 '필경사 바틀비'라는 작품으로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2018)을, '아랑가'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2020)에서 상을 받을 만큼 떠오르는 국악인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판소리 뮤지컬 '적벽'과 드라마 '역적'에서는 판소리에 기반해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 작업을 선보였는데, 필자가 기억하는 그를 기억하는 작품은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2021)였다. 전작에서 배우를 넘어 연출가로 데뷔한 그는 판소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극작술과 연출 양식, 음악 어법을 통해 '박인혜' 만의 색깔을 대중에게 전파했다. 

무엇보다 전승하고 보존해야 할 판소리보다 '창작의 도구로 운용'되는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고백한 박씨는 재작년에 '놀다'라는 동사와 '애'라는 접미사를 붙여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를 결성했다. 이것은 지금 소개하고 있는 '판소리 1인극'뿐 아니라 지금까지 충분히 결과를 보여줬던 창극과 뮤지컬 등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혀갔다. 이를 위해 판소리가 가진 고유의 성질에 충실했으며, 전 세계로 뻗어나갈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보여줬다. 

판소리의 새로운 시도는 멈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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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토속 신화를 배경으로 만든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가 판소리로 합창을 선보이겠다는 시도를 했던만큼 박씨는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篇>를 통해 판소리의 새로움을 전파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소설가의 단편작품을 토대로 제작했다는 소개가 전혀 낯설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다시 작품에 대한 소개로 넘어가 이번 공연은 19세기 프랑스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2)의 단편소설 세 편을 모은 것이다. 

작품의 제목에서 '모파상' 이름 뒤에 '책편(篇)'이라는 한자를 넣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추측된다. 우선은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본격적인 향후 행보가 단편소설이 될 것이란 점이다. 다음은 '판소리 쑛스토리'라는 이름을 뜯어보자면, 단편을 모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형식을 예측케한다. 실제로 90분의 러닝타임을 30분씩 담당(?)하는 세 편이 옴니버스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모파상 단편소설 세 편을 한 무대에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篇>은 모파상이 서른 살쯤에 썼던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을 판소리 1인극으로 재탄생시킨 공연이다. 판소리와 모파상의 만남에 의구심을 갖는다면 박인혜 연출가가 지난 11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밝힌 이 말이 도움이 될 것이다. 

"모파상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예요. 소재를 택할 때 판소리와 잘 어우러질 것인가를 염두에 두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동시대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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