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하면 떠오르는 ‘은지화(銀紙畵)’는 6‧25전쟁 이후 그의 피란 생활이 얼마나 고달프고 궁핍했는지 알려준다. 도화지를 살 돈이 없었던 피란 시절 이중섭은 담뱃갑 속 알루미늄 소재 은색 포장지를 송곳이나 못으로 긁어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달랬다. 이렇듯 ‘국민 화가’라는 수식어만큼이나 ‘가난한 화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이중섭이지만, 사실 그는 평안도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 막내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