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잘해야만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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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잘해야만 좋아하나요?

조선닷컴 0 122 0 0

배드민턴을 열심히 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잘하는 것이 곧 좋아하는 것이라 믿었기에, 배드민턴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해선 지식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규격 코트와 네트가 있는 실내에서 전용 복장과 고급 라켓을 지니고 세세한 규칙을 다 지키며 치는 것만이 진짜라 여겼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가대표 상비군과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다. 내 수준이 어떨지 점검할 겸 최선을 다해 시합에 임했는데 웬걸, 한 점도 내지 못하고 패했다. 내 실력에 대해 내심 자부하고 있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구나, 매 순간 힘든 훈련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배드민턴에 대해 말하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닐까, 하는 좌절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배드민턴을 치지 않게 된 즈음의 어느 맑은 날, 강변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어느 부녀를 본다. 산들산들 바람 불어 셔틀콕은 이리저리 떠돌고 서툰 어린 딸은 좀처럼 라켓으로 콕을 맞히지 못하여 도무지 운동조차 되지 않는 엉성한 형세이지만, 해맑은 부녀의 표정은 이 강변 전부가 그들의 것인 양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승패와 상관없이 실력이나 진지함과도 상관없이 그들은 단지 온전히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향하고 사랑하기 위한 도구로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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