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묘역 참배객들에게 짓밟히는 표지석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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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묘역 참배객들에게 짓밟히는 표지석의 출처

여행매거진 0 893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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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記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사람도, 풍경도, 건물도 매한가지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기억을 한다. 똑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서로 다르기 십상이다. 그 위에다 다른 생각을 입히고 각색도 한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다.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 표지석도 세운다. 기록관 같은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정치적인 의도를 담은 표지석이나 건축물은 부침을 겪기 일쑤다. 한때 '특수'를 누리다가, 손가락질을 받는다.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전두환이 하룻밤 자고 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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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성산마을을 생각한다. 41년 전, 1982년 3월 10일의 일이다.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이 광주에 있던 전남도청을 방문했다. 연두 순시를 마치고 느지막이 광주를 떴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집권한 그였기에, 광주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곧장 서울로 간 줄 알았는데, 전두환은 그렇지 않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광주 인근에서 하룻밤 묵고 갔다. 전두환이 신세를 지고 간 곳이 담양 성산마을이다. 얼마 뒤, 성산마을 입구에 표지석이 세워졌다. 표지석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고서면 성산마을'이라고 새겼다. 마을주민들이 세운 것이었다.
 
표지석이 본 시민들은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표지석을 돌멩이로 찍어댔다. 돌멩이에 찍힌 흔적이 헤아릴 수 없었다. 돌멩이의 끝은 '전두환'이란 이름 석 자에 집중됐다. 전두환이 성산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갔다는 얘기도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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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전두환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를 향한 지역주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분노를 견디지 못한 표지석이 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전두환'의 '전'자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한 청년이 깊은 밤에 큰 망치로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에서 다시 표지석을 만들어 세웠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광주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비석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마을주민 누군가가 표지석을 떼어내 숨겼다.
 
숨겨진 표지석도 곡괭이의 날을 피하지 못했다. 5·18 관련자들로 이뤄진 광주전남민주동우회 회원들이 마을 한쪽 짚더미에 숨겨진 표지석을 찾아냈다. 그 자리에서 곡괭이로 내리쳐 표지석을 두 동강 내버렸다. 광주학살에 대한 울분과 응징을 담은 곡괭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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